김유준의 요소적 회화해석



서성록 (미술평론가)

김유준의 작품에 변화가 일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이다. 그는 그간 열심히 작업해오던 미니멀 아트류의 평면 구조적인 화면에서 이미지와 질료성이 상존하는 탈 평면적인 작품성향을 뚜렷이 보이기 시작했다.

공간-물질-기억"시리즈의 하나로 제작한 이 작품은 작가에게 있어서 중요한 전환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오랫동안 관심의 과녁에서 벗어나 있었던 작가의 심리적 표출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뿐만 아니라 별로 흥미를 끌지 못하던 형상이 과감하게 도입되어 새로운 변모를 낌새를 내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5년만에 두 번째 작품전을 갖는 이번 전시회의 출품작은 단순한 화면구성과 표현적 서술성이 유난히 두드러져 보인다. 그는 화면에 몇 가지 대상들을 끌어들임으로서 어떤 분절되고 단편적인 메시지들을 전달하려고 한다.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그 메시지란 매우 압축적이고 상징적이어서 다소간 해석의 어려움을 수반하는 것임에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는 듯하다.

필자가 여기서 주목하려고 하는 부분은 메시지의 내용이 아니라 화면의 구성관계이다. 그의 작품은 주제의 전달이라든가 내용의 표현이라는 측면보다는 오히려 이러한 전달 내지는 표현의 본질을 구성하는 저변요소에 대한 탐구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 듯하기 때문이다. 일차적으로 작가가 활용하는 인물이라든가 기호, 표지판 또 기타 이미지가 어떻게 화면 내에 자리하고 있으며 왜 존재하고 있는지가 눈길이 가는 부분이다.

작가에게 있어서 각종 이미지는 "구축"이라기 보다는 "해체"에 가까운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유인즉 그 이미지들은 어떤 것을 나타내기 위해서 있다기보다는 다만 나열됨으로써 역으로 의미층을 희석시키는 하나의 요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이미지는 그 자체의 개별성을 띠고, 단위적 이미지를 통하여 작가는 요소적인 회화해석을 꾀하려고 함을 인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여기에 또 하나 덧붙여지는 사실이 그가 작품타이틀로 택하고 있는 "공간-물질-기억"이라는 개념이다. 작가는 예술이라는게 현재의 시간적 위치를 뛰어넘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임을 믿고 있는 것 같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지표가 되어주고 있는 기호, 시간적 공간적 거리감에도 불구하고 연상 내지는 추억이라는 감각수단을 동원하여 이를 뛰어넘고 있는 여인의 이미지 등은 모두 회화가 지닌 특수한 성격을 보여 주려는 태도의 하나로 파악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