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트





지금까지 하나의 소재를 조형해가는 작업으로 단순한 자연주의적 감각과 미학적 회화라고 말한다. 특히 구상이나 추상도 아닌 단조로운 새로운 방법의 형상을 가지고 있다고들 한다. 오랜 시간 동안 바다에 머물러 있는 게 오히려 일관된 작업의 반발력을 키워 왔던 게 나의 감성과 회화에 의문을 제기 하면서 줄곧 어려웠던 시간 속에 또 다른 생각이 나타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누구나 한번쯤 이러한 작품의 의도와 방황하는 시간을 갖게 되는 건 어쩌면 필연의 결과라 생각한다. 작품에 대한 내용의 결과를 의식하는 행위적 표현을 바탕으로 찍어대던 점으로 그대로 이어가는 감성적 행위의 반복성을 가지고 어떤 방향이던 크고 작던 가늘고 긴 점의 행렬이 어떤 느낌과 방향을 제시하는 의미를 바라는 게 아니라 과정에서 나온 행로이기만 바랄 뿐이다. 점들이 화면에 닿는 순간이 하나하나 같을 수 없는 인생의 행로처럼 만들어가는 나의 작품의 형상일 것이다. 그 많은 점들이 어느새 모아지면서 결국 나의 무작위 방법의 작품이 되는 것 같다. 과거 계산된 화면구성이나 계획된 구조적 표현방법을 만들어 가는 것보다 무작위적 행위의 자연스럽고 다양성 있는 방법이 나오는 것도 필연적이라고 생각된다. 어딘지 모르게 나 자신에게서 만들어지는 자연의 세계를 발견하고 싶을 뿐이다. 행렬을 나열하다 보면 서로간에 형태가 이뤄지고 그 형태들이 집단으로 또 다른 이미지를 부활시키는 형상의 성격을 나타내는 것으로 지나간 일들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자연스런 붓끝의 촉감을 감지하며 화면에 남겨진 수많은 자국은 결국 붓과 먹이 가지고 있는 기본 특성의 물상적 효과에다 자유분방한 붓 놀림의 조화가 되는 연속성의 이야기를 담고 싶을 뿐이다.(2015. 5)




* 자연의 이미지
대개 자연은 작가에게 있어서 작품 주제가 시작되는 모방의 대상이었다. 아마도 자연의 이미지를 닮고 싶었고, 자연이 품은 정 신적 형태와 형상을 보여 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것은 과거 산수라는 단어가 생겨난 이래 회화의 정수라 줄곧 불릴 만큼 미술에 있어 상징적이고 필연적인 바탕이었다. 하나 지 금 내게 필요한 것은 자연을 단순히 흠모한 나머지 그 현상적 요소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이 내포한 본질을 찾아보는 시 각적 이미지 표출인 것이다.
자연에서 보여 주는 현상은 너무나 다양하여 어느 하나도 소재가 아닐 수 없을 정도인데, 이토록 무궁무진한 내용 속에서 나의 작품이미지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 관심 갖는 것은 결국 나의 실험적인 작업이 어떤 연속성과 감성적인 형상의 표출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금 이순간에도 반복되는 붓의 질감과 행위의 과정이 나름대로 작업의 일환이 되고 있는 것이다.(2012. 8)




* 작업 스케치 이미지
나의 작업에 있어서 자연의 이미지 표현-제작이란, 캔버스에 어떤 색채를 칠한 다음, 나이프란 도구를 사용한 한정된 방법으로 긁어내거나 가로질러 내려간 후의 형상을 찾는 이미지 효과로 볼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볼 수 있듯이 하나의 수평선을 설정한 후, 그것을 중심으로 상하로 서로 상반되는 색채의 변화가 결과적으로 새로운 바다의 이미지로 드러나는 현상이라 부를 수 있다.
이렇듯 자연의 이미지 표현에서 보이는 것은, 자연에 대한 심상의 뜻으로 정의되는, 결국 자연과 이미지와의 관계를 의미한다. 즉 지연을 주시할 때, 시각적 느낌으로 들어오는 자연에 대한 지각과 인식에 대한 이미지 표현을 말함이요, 이는 사회·문화·역 사성과 결코 무관치 않다. 자연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생산해 내는 다양한 요소들과의 관계 속에서, 개별적 이미지가 나타난 것이 다.
인간의 정서나 환기.(2011. 5)




하얀 종이나 캔버스를 볼 때마다 이 바탕 위에서 무엇이 어떻게 시작되고 전개되는지 그려 내고, 그리고 그 과정의 결과가 나에게 무의식의 긴장감과 걱정으로 엄습해 올 때, 나는 어떤 의무감이나 필연적 숙명을 짊어진 자의 고뇌를 느낀다.
그러면서도 다양하고 복잡한 자연의 이미지를 느끼고 다루는데는 언제나 여러 가지 난관이 따른다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냥 그대로 보고 의식하면 자연을 해석하는 범위의 한계를 느끼므로 내겐 언제나 시각적 요소와 예술의 창작영역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사고가 필요하다. 바로 이러한 부가적 사고야말로 상상·적용·해석을 통하여 혹은 그것들과 함께 자연에 예술영역을 가 능케 하는 예술의 창조행위라 본다.
따라서 자연이 가지고 있는 생동감과 그러한 힘(physis)이 스스로 변화와 창작동기를 이어 가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야말로 나 의 새로운 미술세계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본다.(2007. 12)




그저 작업을 해 가는 과정을 알고 또 연속적으로 이리저리 끌려 다니다 보면 어느 한곳으로 집약되는 시점이 되는데, 그 시점이야 말로 작업을 통하여 작업과 나 자신이 함께 의식하는 계기 곧, 작업의 성과로 볼 수 있다. 바로 그 지점에 자신만의 이미지 표현방 법이 필요한 것이다. 개중 나는 그림을 통한 이중현실적 표현을 나의 본질적 욕구로 생각하는 듯한데 이 방법이 나만의 작업상의 이미지 표현의 바탕이다.(2003. 8)









Untitled 110 x60cm Oil on canvas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