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mination/반추反芻



영산강문화관 초대전-신호재展
영산강문화관장 장희정



표현할만한 가치들과 표현할 수 있는 역량들의 무궁무진함으로 항상 우리의 삶은 경이롭고 풍요롭다. 반추의 삶은 이 같은 경이와 풍요를 한층 상승시킨다. 경험 ․ 추억 ․ 기억 ․ 기쁨 그리고 아픔...모두 반추의 소재들이다.

반추의 축적은 우리의 삶을 더욱 깊고 애잔하게 한다. 누구나 일정한 패턴과 감정의 기복을 경험하며, 그 범주에서 스스로 성장하고, 차분하게 삶을 진전시켜 나간다. 그 내딛는 순간순간에 파생하는 무수한 사연들은 그 자체로 삶의 원동력이며, 예술의 원천이다.

신호재의‘반추’는 그가 최근 지향하는 예술적 지점으로 자연을 대상으로 삼는다. 그의 자연은 해 ․ 달 ․ 산 ․ 강 ․ 구름으로 이루어진 경물(景物)들이며, 이들은 유기성(有機性)을 배제한 채 부유(浮游)한다. 얼핏 파격적일 수 있는 이 산수 풍광 들은 작가 자신이 나고 자라고, 현재도 생활하는 나주(羅州) 일대의 강과 산에 정체성을 두고 있다.

널찍한 평야 지대라서 주변 경관이 유난히 잘 도드라지는 나주 땅. 여기에는 영산강의 본류와 지류들, 금성산 ․ 가야산, 멀리 월출산까지 명쾌하게 요철이 드러난다. 작가의 뇌리에 쌓인 이들 지형은 응축된 이미지로 반복되고 발전해 오늘날 과감한 생략화법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렇듯 신호재의 과감한 생략화법에는 남도의 풍광과 정서에 대한 숱한 반추가 녹아있다.

화면은 음양의 구도를 차용한 대칭의 일월도와 화면을 가로지르는 산, 그리고 산을 받치는 강, 여기에 대자연의 섬세함을 오롯이 지닌 나무와 꽃 ․ 구름들이 고유한 동양의 상징성을 노정하고 있다. 한편, 이 같은 구도와 경물에 가해진 거친 질감과 실험적인 질료들, 강렬한 원색조 ․ 단색조, 그리고 밝고 산뜻한 무채색(無彩色)의 조합들에서는 서양적 미감이 물씬하다.

‘반추’展은 정체가 명료한 자연산천의 번다함을 동양적 가치와 서양적 미감으로 승화시켜, 예술이 주는 잔잔한 울림이 삶의 가치를 높이고, 성숙한 자성의 계기가 됨을 확인시켜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