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s Note




옆집여인 : Neighboring Lady


옆집여인은 이웃에서 살아가고 있는 내 또래의 중년여성들이며 또한 나 자신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아내이며 또한 엄마이고 그리고 평범한 직장동료들이기도 하다. 나는 이들 평범하기 짝이 없는 중년여성들의 일상을 말하고자 한다. 가족을 위해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위치이다. 그러나 본인의 삶을 고귀하게 생각하고 지켜나가고자 하는 모습을 담아보고자 하였다.

그리고 그녀들의 모습을 통해 나의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나는 그녀들의 일상 속에서 드러나는 여러 감정과 또한 삶이 미묘하게 드러나도록 인물에 집중하였다. 이들을 통해 어느덧 인생의 중반에 들어선 평범한 여성으로서 느끼는 삶의 욕망과 나아가 나 개인의 자유를 표출하고 싶었다.

두 아이의 엄마이며 직장을 갖고 되풀이되는 삶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부터 일상에 지친 중년 뭇 여성들의 정체성을 잃어 가고 있는 듯한 모습을 발견한다.

인물은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형상화하려고 하였으며 또한 여성의 내적인 갈망과 욕구를 드러내고자 하였다. 그리고 일상의 허전한 갈증을 해소하고자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아보고자 노력하였다. 이러한 감정표출은 모필과 종이가 만나 우연적인 붓의 성질을 이용하여 스케치하듯 몽환적인형상으로 조형적 변화를 의식하며 인물에 표정에 집중하였다. 나는 이번 작업을 통해 나와 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뭇 여성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들의 삶에서 고귀함을 발견하려 노력하였으며 이는 곧 본인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었음이 분명하다.

2019년 10월










공간과 여인 : Space and Lady


그림은 우리에게 보여 지는 가시적 실제를 추구하기 보다는 정신적인 어떤 활력을 통해 내면세계를 체득하는 통로로 여겨진다. 그리고 한편으로 ‘작가는 그림 그리는 행위를 통해 자신 더 나아가 다른 사람의 아픔과 불행을 치유하고 보살피고자 하는 것’이라고 미술평론가 박영택은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림 그리는 작업은 단순히 한 작가의 개인적 기호의 한계를 넘어 모든 사람들의 삶의 어떤 세계를 함께 공유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작업의 내용도 부족하나마 이러한 인식을 담아보려는 노력을 하였다. 그동안 나는 인간에 대한 관심을 지속해 왔다. 그간의 작업도 주로 다양한 사람의 표정과 삶을 담아보려고 노력했었다.그리고 이번 작업도 그러한 입장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번 작품들은 내개 오랫동안 보아오고 경험하고 있는 주변 환경과의 관계에서 나의 존재를 확인하고자 하였다. 이제 중년에 들어서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세삼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다. 나는 아직도 부모로부터 완전히 독립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중년의 나이,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이들을 키워야하는 부모로서의 나의 하루하루의 일상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뿐만아니라 학생들을 가르치고 또한 공부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복합적이다. 또한 이런저런 소소한 만남과 헤어짐의 관계들은 내개 놓칠수 없는 중요한 그림의 소재들이다. 이러한 중년여성으로서 삶과 일상의 기실은 나만의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내 주변의 뭇 여성들이 공유하는 삶의 모습이고 또한 그로부터 오는 즐거움과 괴로움이기도 했다. 예컨대 이웃집 언니 또한 엄마로서 직장인이고, 아내이면서 이 사회의 중요한 한 일원이었다.

그녀의 삶에는 어쩌면 우리 나이에 대부분의 여성들이 안고 있는 고통과 갈등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현명하게 그의 그러한 고통과 불안 그리고 여러 갈등들을 그녀만의 작은 소품들 즉 그릇, 조명, 책, 옷, 그리고 침실의 작은 물건들과 호응하면서 해결해 나가고 있었다. 또한 그녀만의 지극히 작은 공간 즉 가정이라는곳이나 혹은 작은 찻집과 달콤한 커피향 나아가 소핑의 공간들이 그녀가 안식할수 있는 조그만 우주가 되고 있다는 사실도 발견하게 된다.

이처럼 그 자신의 내면의 깊숙한 어떤 세계와 주변 환경과의 호응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관계의 중요성이 새롭게 인식되어졌다. 때로는 갈등으로 때로는 화합으로 그녀의 삶은 엮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모습들의 기실은 내 자신과 다를것이 없는 것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사람과 사람의 삶의 장면들이 어느새 내 그림속에 들어와 있었다. 복잡하고 미묘한 인생의 중반에 든 나이, 이의 내면을 바라보고 표현하고자 하였다.

이번 작업의 표현적 특징은 이전 작업과 크게 다르지 않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좀더 실험적이며 특히 모필의 표현에 집중한 측면이 강하다. 때로는 강렬하게, 때로는 잔잔하게 다가오는 감성들이 있었다. 인체를 과감하게 생략하고, 화면의 긴장감을 강조하려 하였다. 자연스럽게 선의 표현력이 강하게 드러나게 되었다. 동양회화의 전통인 ‘形에서 神을 얻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는 입장이었다. 즉 섬세하게 엮어진 실타래처럼 느껴지는 한 중년여성의 삶의 내면은 헤아리기 어려운 어떤 세계이며 한편으로는 뜨거운 에너지 덩어리와 같았다. 깊은 저변의 알 수 없는 불안이나 초조함이 배어있기도 하고 그리고 때로는 어떤 불덩이가 솟구치는 시간이 있기도 하다. 이런 어쩌면 삶의 원초적 고독일지도 모르는 중년의 삶의 표출이 강렬한 먹빛과 선의 힘으로 드러나기를 원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나의 삶이 주변 소소한 일상의 소품들 그리고 공간들이 어떻게 한 화면에서 조화롭게 소화되는지를 고민했다. 즉 이들 소소한 주변의 작은 이야기가 곧 나의 존재를 증거한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따라서 이것들을 나와 함께 세상을 엮어가는 어쩌면 또 다른 나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와 주변과의 호응관계를 새삼스럽게 인식하고 증명해 보려는 작업이다.

삶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새롭게 얻어지는 사색들 즉 알 수 없는 어ᄄᅠᆫ 불안과 초조 그리고 기대와 사랑 등을 되돌아보기 시작하는 중년의 자신을 새롭게 엮어보려는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