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와 만세 백성들아 : 여성, 독립운동, 김해展
  
 작성자 : artcelsi
작성일 : 2020-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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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 어와 만세 백성들아 : 여성, 독립운동, 김해展
전시작가 : Martin piedallu / 권혜원 / 김미진 / 김민혜 / 배달래 / 서상희 / 손수민 / 최규락 / 최영미 / 최정수
전시일 : 2020. 02. 29 - 05. 31
전시장 : 윤슬미술관 전시실
주최, 주관 : 김해시, 김해문화재단
입장료 : 무료
문의 : 055-320-1263 (코로나19로 인한 휴관안내)



올해는 3.1 만세운동의 상징인 유관순 열사의 순국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를 기념하여 올해 김해문화재단은 여성독립운동가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만세운동과 항일운동의 과정에는 유관순 열사와 같은 수많은 여성독립운동가들이 존재했지만, 우리는 그분들의 이름과 행적을 잘 알지 못합니다. 사실 그동안 유관순 열사 이외에 항일운동을 전개한 여성 지사들은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지금까지 서훈을 받은 여성독립운동가는 432명으로 전체 독립 유공자 1만 5천 511명 중 2.7%에 불과하며, 서훈을 받은 분들에 대해서도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는 사실이 그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안사람의병가’를 짓고 군자금을 모아 의병활동에 가담했던 윤희순, 교사 재직 중 학생들과 함께 비밀여성독립운동단체 송죽회를 결성했던 김경희, 일본에서 한국으로 2.8 독립선언서를 가지고 들어와 배포하고 애국부인회 · 근화회를 조직하여 임시정부 의정원에서 활동했던 김마리아, 신채호 선생의 아내로서 3·1운동 부상자들을 간호하고 만세운동에 참여했으며 간호사들의 독립운동단체인 '간우회'를 만들어 활동한 박자혜, 만주 무장항일조직에서 활동하면서 일제총독 처단을 시도한 남자현, 조선의용군 항일투쟁의 최전선에서 여자부대를 지휘했던 조선의 잔다르크라 불리던 여장군 김명시, 한국 최초의 여성 비행사로 전투력을 길러 광복군 비행대 작전을 세웠던 권기옥, 여성 광복군 지복영, 오광심, 조순옥, 신정숙, 장경숙, 임소녀, 정영순 . . . 그 위대한 이름들은 다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러나 여성독립운동에서 더 큰 부분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역사의 뒤편에서 더 많이 이루어졌습니다. 아버지, 남편, 아들이 독립운동에 나섰을 때, 그들의 어머니, 아내, 딸들은 서로 함께 연대하여 군자금을 모으고 연락책과 밀사 역할을 했으며, 남성 독립운동가들을 먹이고 입히는 생존을 위한 뒷바라지를 하고, 임시정부를 비롯한 여러 단체의 안살림을 도맡아 했습니다. 여성들의 이러한 역할이 없었더라면 과연 독립운동 자체가 가능했을까요? 그러나 외적으로 전면에 드러난 사건 중심으로 기술되는 역사에서 일반적으로 그러하듯이, 독립운동의 역사에서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력하는 여성의 업적은 남성의 그것에 비해 늘 평가절하되어 왔습니다. 이 전시는 우리에게 익숙한 독립운동의 역사는 바다 위로 드러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바다 속에서 그것을 떠받치고 있는 단단하고 거대한 빙산이 존재하고 있었음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이 전시는 여성독립운동의 역사, 그리고 여성의 역사를 다시 쓰기 위한 시도입니다. 전시는 기존의 독립운동의 역사 어디에도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역사 뒤편에서 빙산의 일각을 굳건하게 떠받치는 역할을 했던 인물로부터 시작하고자 합니다. 그인물은 김해의 조순남 여사입니다. 조순남 여사는 김해 장유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한 김승태 독립운동가의 어머니로서 아들의 희생을 기꺼이 격려하고 의연하게 지지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제강점기 만세운동 당시 직접 보고 겪은 실상을 낱낱이 고발하는 “김승태 만세운동가”를 저술하였습니다. 그것은 지금의 시각으로 보자면 일종의 언론보도문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이번 전시의 제목 “어와 만세 백성들아”는 바로 조순남 여사가 쓴 “김승태 만세운동가”의 첫 구절입니다.
 
사실 3.1 만세 운동은 많은 곳에서 여학생과 여성 주도로 이루어졌으며, 이후에 전개된 항일 운동의 근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은 바로 여성들의 연대였습니다. 당시 여성들은 송죽회, 근우회, 대한애국부인회, 소녀회, 혈성회, 근화회, 여자교육회 등 수많은 여성단체를 만들어 함께 항일운동의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이번 전시 포스터에 사용된 이미지는 이름 없는 여성독립운동가들이 한반도의 독립을 국내외에 알리고 설득하기 위한 홍보 선전용으로 일제강점기에 여럿이 함께 제작했던 자수 작품입니다. 눈부시게 빛나는 무궁화들이 한반도 전체에 활짝 피어 있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독립에 대한 간절한 소망은 벅찬 감동으로 우리의 눈시울을 뜨겁게 합니다. 바로 이 자수 작품이 담고 있는 여성들의 연대는 전시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주제 중 하나입니다.
 
아쉽게도 이러한 여성독립운동가들의 행적에 관한 자료나 유품들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아 그 현장성이나 사실 관계를 전달하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여성이 독립운동을 한 경우 대체로 자손이 없어 그 유품이나 사진, 관련 자료들이 사라졌고, 그나마 남아 있던 것들도 일제의 감시와 핍박으로 인해 보존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게 만드는 예술의 힘을 빌려 여성독립운동가들을 불러내고, 상상력을 통해 그 분들의 생각과 삶에 다가가고자 합니다. 전시에 참여한 10명의 작가들은 상당한 기간 동안 여성독립운동을 연구 조사하고 회화, 도자 조형, 영상, 설치, 퍼포먼스, 음악이라는 각자의 매체로 여러 측면에서 여성독립운동의 실체를 드러냅니다.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이해를 제공하는 역사적 자료와 다르게 예술작품은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인상으로 마음속에 남아 오랫동안 그 의미를 다각도로 곱씹어 생각해보게 할 것입니다.
 
오랜 세월 배우지 못하고 존중받지 못하고 주변적 삶을 살았던 여성들은 나라를 되찾는데 남녀가 따로 없다는 성평등 정신의 깃발을 올리고, 용감하게 구국의 대열에 앞장서 고난의 파도를 헤치며 그 누구도 가보지 않았던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습니다. 정치적 자각 속에서 공동체의 주체로서 자신의 신념을 펼치고자 했던 그 여성들이 마음 속에 품고 있던 소망은, 현재를 사는 여성들이 지향하는 사회적 정치적 열망과 같은 맥락 속에 있습니다. 여성독립운동의 역사는 우리나라에서 여성의 인권과 성평등을 논하는 데 있어 가장 주목해야 할 중요한 출발점입니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과거를 기억하는데 그치지 않고, 현재와 미래에 새로운 여성의 역사를 쓰기 위한 작지만 큰 걸음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전시실별 전시개요

제1전시실

여성의 이름으로 새로운 역사 쓰기
 
최영미_최규락_손수민_김민혜_배달래_서상희
 
여성독립운동가에 관한 예술작품들은 과거의 잊혀진 인물들에게 현재와 미래에도 살아 있게 하는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는다. 전시장 입구에 울려 퍼지는 음악은 프랑스 작곡가 막땅 삐에달뤼(Martin Piedallu)가 여성독립운동가들에게 헌사하는 곡이다. 도입부에는 전시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에 대한 선언으로서 <대한여자독립선언서>와 함께 최영미의 시 <여성의 이름으로>가 걸려 있다. <대한여자독립선언서>는 <기미독립선언서>보다 더 일찍 1919년 2월에 만들어졌으며 여성이 만세운동을 주도했던 중요한 주체였음을 보여준다. 최영미의 시 <여성의 이름으로>는 여성들의 연대 속에서 ‘새로운 역사 쓰기’를 제안한다.
 
최규락 작가의 작품 <태극기>는 태극기와 하나가 된 유관순 열사의 얼굴을 통해 3. 1 만세운동의 상징으로서의 유관순을 표현했다. 조순남 여사를 팝아트적 양식으로 현대에 소환한 손수민 작가의 작품과 함께 조순남 여사의 <김승태 만세운동가> 사본과 유품, 그리고 유족의 인터뷰 영상이 전시된다. 김민혜 작가는 ‘조순남’이라는 동일한 이름을 가진 2020년을 사는 김해시민 3명과 함께 과거의 조순남 여사를 기리며 함께 바느질을 해 만든 누비이불을 설치작품으로 전시하고 남성중심적 문화에 문제를 제기하는 퍼포먼스 영상을 보여준다. 배달래 작가는 홀로는 연약하지만 함께 피어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주는 야생 맨드라미 회화와 퍼포먼스를 통해 서로 기댄 어깨에 희망을 걸었던 여성독립운동가들의 결연한 저항의식과 독립에 대한 열망을 표현했다. 경남, 김해, 그리고 전국의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삶과 행적에 대한 역사적 자료이 전시된 통로를 따라가다 보면 여성열사들의 초상작품 <무명>과 항일운동에 헌신하다 독립을 맞은 후 여성운동가들의 심정을 담은 <슬픔으로 가는 길>을 만날 수 있다.


제2전시실

○김미진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가변 설치 도자 2019
 
역경을 극복하고 승리를 얻은 독립운동 과정을 사필귀정, 인과응보와 같은 동양적 사고로 표현했다. 식물과 동물의 기관들처럼 보이는 작은 도자 유닛들이 조립되어 만들어진 거대한 유기체는 살아 움직일 듯 압도적이다. 가시 면류관의 형태로 날카로운 고통과 영광이라는 상반된 감정을, 뜨거운 피가 박동치는 심장의 모습으로 목숨을 바치는 뜨거운 열정을 형상화했다.
 
나비 효과
70x90cm 도자 2019
 
나비의 작은 날개짓이 지구 건너편에 태풍을 몰고 온다는 나비 효과처럼 한 개인의 이야기가 사회적 이야기로 연결되고 역사의 한 부분을 이루는 큰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 세계 최초의 비폭력 시위였던 3.1 만세운동은 민주화 운동을 거쳐 100년 후 평화적 촛불시위로 이어져 현재에 이르고 있다.
 
 
○최정수
 
ooo 기록되다
8분 영상프로젝션, 단채널 2019 / 73x61cm 캔버스 위에 목탄, 바니시 2019
 
이 작업은 여성독립운동가의 이름을 쓰고 지우는 단순한 반복적 행위로 일종의 그들에 대한 추모적 시각의 역설적 행위이다. 모든 사물에는 이름이 있듯이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이름이 있고 자신과 동일화하고 또한 누군가에게는 기억된다. 그래서 이름이라는 언어형식을 통해 인식하고 의미와 존재가치를 확인한다. 긴 시간의 흐름 속에 우리들의 선험적 경험과 앎이 가려지고 지워진 그들의 삶, 다수의 기억 안에 들어오지 못한 암울했던 시기의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흔적과 잔상으로 기록된다.
 
WHITE BARRICADE
가변크기 천, 미디엄 코팅 2020
 
우리의 오랜 과거, 일제침탈의 역사, 근현대로 넘어오는 과정에서의 충돌과 갈등, 독재와 부조리에 대한 저항은 지금도 우리 사회, 세계 어느 곳에서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이 작품은 최근 홍콩사태 뉴스에서 보도된 이미지를 차용해 천으로 캐스팅된 작은 벽돌형태의 조형물로 이루어져 있다. 미디어에 비친 그 곳 소요사태의 모습은 우리들의 오래지 않은 역사와 겹쳐진다. 과거 외세의 침략과 침탈, 현재의 힘과 권력의 작동은 복잡한 국제정세와 사회구조 속에서 여전히 우리 주변 어딘가에서 맴돌고 있다. 과거 일제침탈, 방직공장에서 생존을 위해 저항했던 기억되지 않은 이름 없는 여성 노동자들, 그들의 모습은 지금도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사라진다.


제3전시실

○권혜원
 
철의 바다
1채널 4K 비디오, 스테레오 사운드 2020

미래를 상상하기 위한 과거 - 저항의 행위
이 작품은 저항운동이었던 만세운동에 대한 기록인 <김승태만세운동가>에서 소재를 가져와 과거의 기록과 사건이 어떻게 현재의 관객들에게 미래를 상상하기 위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인가를 탐구한다. 그것은 과거의 기록으로부터 구체적 사실을 가져오기보다, 그것이 현재 혹은 미래에서 위치할 수 있는 자리를 상상한다. <김승태만세운동가>에 기술된 구체적 사실들은 미래 어떤 그룹의 비밀 메시지, 메시지의 공유, 감시 시스템, 저항의 퍼포먼스 등, 구체적 시공간이 삭제된 채 나타난다. 작품에는 저항의 이유와 대상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저항의 행위들만이 나타난다. 이것을 보면서 관객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만의 저항의 대상과 이유를 떠올리게 된다.
 
레트로 - 퓨처
영상에 담겨 있는 장소는 <김승태만세운동가>의 주요 장소인 범등포, 무계장터, 정천포 등 이지만, 인물과 공간은 과거와 미래가 교차되어 나타나기 때문에 그 시간을 알 수 없다. 이들은 과거의 목소리를 전하는 미래의 저항군들이다. 전시장에 전시된 군복, 가방, 사전, 노트, 명단, 서류 등 실제 유품들은 영상작품 속에서 중요한 소품들로 사용되며 그것은 영상 속 허구와 뒤섞인다.
 
시공간의 확장 – 철광석
작품은 단지 1920년대 일제 강점기 뿐 아니라 현재 이 도시의 가장 큰 문화적 관심사인 고대 가야문화의 정체성을 찾는 현재 혹은 미래의 상황을 동시에 반영하고 있다. 현재 김해는 철기문화의 중심지 가야를 도시의 역사와 관광의 주요 개념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것은 일부는 사실이고, 일부는 믿고 싶은 허구일 수 있다. 아직 학계와 지역들 간에 많은 논란이 있다. 그러나 김해라는 지역의 미래를 가야에서 찾고자 하는 시도는, 미래를 상상하기 위해 과거를 들여다보는 이 작품의 접근과 유사하다. 영상 작품에는 김해의 발굴지와 고분과 같은 가야문화 관련 장소들과 함께, 김해의 일상적 공간에 존재하는 철광석 이미지가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