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남상운 초대전, 서울 갤러리 아트셀시





김은숙 (셀시우스/갤러리아트셀시 디렉터)





연잎에 펼쳐놓은 남상운의 우주

남상운 작가의 기획 초대전이 열리고 있다. 십여 년 만에 조우한 남상운 작가는 캔버스에 커다란 연잎을 'Blue'라는 명제로 펼쳐 놓았다. 깊고도 슬픈 블루를 표현하고 싶었다는 작가는 오로라. 울트라. 코발트. 세루리안 블루를 오일임에도 천에 염색을 하듯, 중력이 미치지 않는 우주 공간 어디에 존재할 듯한 심연의 블루로 전시장 가득, 거대한 연(蓮)들로 꽉 채웠다. 어스름한 달빛마저 어둠속으로 숨은 듯, 그만의 우주처럼 뵈는 푸른 연잎은 얹혀있는 이슬로 소슬한 온도를 짐작할 뿐이다. 적막한 공기를 가르며 연잎 위에 무당벌레 쯤 당연히 있을 법한 조합이다.

그러나 화면 속에 벌레의 존재감이란 잎맥의 크기보다 작아 연의 셀(cell)과 비슷한 크기로 그려져 있다. 거대하게 그려진 연잎이 세상이나 우주라면 상대적으로 작게 대비된 벌레의 존재감이란 작가 자신을 짐작케 한다.



그의 신작에는 벌레라는 식물과 잘 어울리는 생물계의 종(種)이 아닌, 컬러풀하고도 잘 빠진 자동차로 슬쩍 전환됐다. 이 유니크한 조합은 작가에겐 곤충보다, 현실의 건강한 욕망의 메타포로 생뚱맞지만 더 적절할 이름일는지도 모른다.

강산이 한번 변할 시간들을 훌쩍 넘겼던 조우였음에도 그는 여전히 청년기와 별반 다름없을 실루엣을 갖고 있다. 단정하고도 선한 눈웃음을 갖고 있는 작가에겐 자신의 세계를 나타내는 아바타로 푸른 연잎을 화면에 들여놓았다는 점이 무척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Blue'라는 명제는 누군가의 아버지와 가장이라는 무게와 더불어 젊은 날의 고뇌처럼 구불구불한 연잎의 잎맥 하나하나의 생김을 구현해놓은 것처럼 선연하고도 진지하다.





배우인 아들의 직업 때문인지 푸른색 배경에 다른 이미지를 합성하는 크로마키 기법에서 가상이미지와 실재의 간극에 주목했던 작가다. 평생을 비닐하우스에서 꽃들을 가꿔 생계를 꾸려왔던 아버지의 영향은 본인 역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식물성 우주를 차용하는 것이 순환의 의미로 삶을 가장 적절하게 나타내는 가상의 이미지였으리라 짐작된다.

피터 톰킨스와 크리스토퍼 버드가 공저한 '식물의 정신세계'를 보면 식물들은 어떤 특정인과 유대를 갖게 되면, 그가 어디에 있던, 어떤 인파속에 있더라도 그 사람과 계속 유대를 갖는다는 과학적인 데이터가 있다. 식물간의 생명체 사이의 일체감과 더불어 교감의 무한한 크기는, "동양철학에서는 시간을 요하지 않고도 교신할 수 있다는 설이 있다."고 식물에도 지각 능력이 있다는 백스터의 발견에서 백스터가 밝혀 놓은바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지구에 에어리언 들이 있다면 식물일거라는 상상으로 그들의 초능력적인 능력에 경외감이 들었음을 고백한다.

식물도 인간처럼 생각하고, 느끼고, 기뻐하고, 슬퍼한다고 한다.
아들, 딸 얘기를 할라치면 금방이라도 팔불출 웃음을 벙글거리는 작가의 선한 식물적 에너지를 주는 그는 'Blue moon'이란 달빛과 연잎이 만들어내는 내밀한 풍경 속에 자동차가 아닌 또 다른 이미지들로 우주 구석구석 보내오는 식물성 파장에 주목할 것이다. 조형어법으로 온전히 나의 세계를 보여줄 수 있는 작업이 그림이고 미술의 기능이라면,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이고, 무엇으로 세상과 교감하며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지 한동안 물끄러미 피안의 세계로 안내하는 시간을 누려 보기 바란다.

NAM SANG WOON. 남상운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 박사과정 수료
경기대학교 회화과, 조형대학원 졸업

개인전
2017 제10회 개인전 (갤러리 아트셀시)
2017 제9회 개인전 (아트스페이스 퀄리아)
2016 제8회 개인전 (수원미술관)
2016 제7회 개인전 (is 갤러리)
2012 제6회 개인전 (현 갤러리)
2011 제5회 개인전 (숲 갤러리)
2010 제4회 개인전 (더 케이 갤러리)
2007 제3회 개인전 (노송 갤러리, 수원)
2002 제2회 개인전 (라메르 갤러리)
1998 제1회 개인전 (종로 갤러리)
공모상 수상 20여회, 단체전 다수

작품소장 : 국립현대미술관, 미얀마 대우아마르호텔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