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영 작가 '불의 그림'

이호영 초대전, 서울 갤러리 아트셀시





김은숙 (셀시우스/갤러리아트셀시 디렉터)



'불에서 건져 올린 은하수와 태초의 세계' 도예 명인 한얼 이호영, 도자기의 고정관념을 뛰어 넘었다




도예 명인 한얼 이호영은 1961년생으로 경기도 이천 태생이다. 청자 도자기와 칠기 도자기를 만드는 아버지(고 이현승공)를 따라 자연스레 도자기를 접하게 된 그는 아버지의 영향 때문인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그림 그리기를 열심히 했다. 19세 되던 해에 그림과 인생이 무엇인가 라는 끝없는 자문으로 방황은 시작되었고 힘든 사춘기를 지난 어느 날 집에 돌아와 보니 중광 스님이 아버지 작업장에서 도자기를 만들고 계셨다. 옆에서 심부름도 하고 중광 스님을 도와드리면서 본격적으로 도자기 작업을 하게 되고, 몇 년 동안 청자와 분청 항아리 작업을 했다. 그러다 남들이 다하는 항아리를 내가 왜 따라 하는 것인가 하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는 새로울 것 없는 도자기를 만들며 몇 번이고 그만두려 했단다. 그러다가 그릇이 아닌 편편하게 펼친 작은 평면 도자기 작업을 시작하게 된다. 어릴 적부터 남과 다른 것을 추구하는 태생적인 저항으로 남과 다른 도자기를 만들었는데 1985년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 걸려있는 작품부터 작은 평면으로 시작된 도자기가 20여 년 동안의 실험과 시행착오를 반복한 결과 세계 유례없는 또 ‘최초’라는 타이틀을 붙이게 되는 특허를 내기에 이른다.

80 x 215cm 대형 사이즈의 평면 도자기를 구현하게 된 것이다. 일본과 중국에서는 백자로 크게 제작되었으나 특수소지로 만들어지고 있어 소성 온도가 높아 일반 도자기질과는 전혀 다른 질감이라 분청과 청자로 만들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그가 만들어낸 청자분청평면도자기 80 x 2,156cm의 특허는 타일이나 블록 사이즈처럼 이어 붙인 작업이 아닌 마치 화선지 전지에 그림을 그리듯 대형 작업을 도자기에 구현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올해 봄, 경남 남해의 이순신 장군 순국 공원에 높이 5m, 길이 220m의 대형도자기 벽화를 한얼 이호영은 완성해내었다. 90여 차례 가마 불을 땠고, 50 x 50cm의 평면 도자기 8천여 장을 구워 3,797장을 붙여서 완성한 도자기벽화는 기네스북에 오를 명물이다.

평면 도자기 한 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1차 소성 후 안료로 그림을 그린 후 2차 소성을 하는데 22시간씩 불을 때여야 했다. 남해군에서 도자기로 벽화 제안을 받았을 때 세계 유일의 명물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기꺼이 응했다고 한다. 평면 도자기의 치수가 대형이 됨에 따라 작게는 화면으로, 크게는 건축 외장으로서의 재료로, 또한 가구뿐 아니라 인테리어 소재로 다양하게 이용된다. 그의 평면 도자기가 이렇게 대형으로 만들어질 수 있음을 그는 대대로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한다. 또한, 그래야 할 것이다. 2012년 아즈마댕기 창립 90주년 초청전시로 평면 도자기를 일본에 선을 보였을 때 그들은 열광했다.



그가 만든 청자 연문 평면 도자기 테이블 위에 찻잔을 내려놓으며 나는 옛 선인들이 이 자리에 계셨다면 찬탄을 금치 못했을 거란 확신을 하며 가슴이 벅찼다. 노력의 결실이 어떤 추이를 보여줄지 장인의 손과 마인드를 갖춘 그의 결과물은 유약을 매개로 그가 창조할 조형을 즐기면 되는 일만 남은 듯하다.

7월 20일부터 8월 6일까지 갤러리아트셀시에서 초대전을 갖은 그의 전시엔 독특한 진사 빛깔과 은하수에 보석을 뿌려 놓은듯한 독특한 컬러의 도자기와 다완, 평면 도자기를 선보였다.





청자, 백자, 분청을 비롯해서 그의 콘텐츠는 다양하다. 지금은 맥이 끊긴 칠기도 후대를 위해 전시할 기회와 전수의 계획이 있노라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도자기는 유약과 불의 조화로 가마에서 나올 때 구현되는 새로운 색과 무늬가 작가에게는 기쁨과 절망이 오가는 순간이라고 한다. 1,300도 불 속에서 뜨거움을 견디며 만들어지는 색은 혼합재료로는 낼 수 없는 색인 데다가 신의 한 방울 은총 또한 간절한 작업이다. 도전적인 불의 실험과 독특한 그만의 컬러를 위해 오늘도 만들고 실험하며 자신의 우주를 태워버린다.





내년 2월 평창올림픽을 기념하여 15대 심 수관과 한얼 이호영 전이 열린다. 그밖에 명인전을 비롯해 많은 전시로 오늘도 그의 가마엔 불이 꺼지지 않으리라. '태초'와 '은하수'를 불의 그림으로 구현해낸 이번 전시는 유년시절 불을 때고 나서 식어진 가마 속에서 아버지와 잠을 자며 놀곤 했던 행복하고 평온했던 기억을 작가는 먹먹해진 눈빛으로 그리움을 전한다. 평면도기에 구현한 산 저 너머처럼 뵈는 곳으로 그의 마음은 달려가고 뜨거웠던 여름은 오로라로 휘발되어 격조있는 아득한 밤하늘에 구비구비 펼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