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속에서 차이를 발견해낸다는 것 혹은 그려낸다는 것에 대하여



이승훈 (사이미술연구소)

최유희 작가의 작업에는 수많은 패턴적 이미지들이 등장한다. 물론 화면 전체에서는 사람이나 동물의 모습이 느껴지는 형상이 인식되기도 하지만 그러한 형상을 압도하는 패턴적 요소들은 파스텔 색조의 현란한 색채 배합과 반복되는 형상적 요소가 결합하여 커다란 이미지의 향연을 보여준다. 작가는 이번 전시의 주제를 'A glorious day'라고 하였다. 그의 작품에서 시각적으로 느껴지는 것만큼 전시 주제도 화려하다. 이렇게 다채롭고 화려한 것은 물론 그의 작업하는 기법상의 특징적 요소에도 그 일차적 원인이 있는 듯하다. 작가는 동일해 보이는 형태를 반복시켜서 화면을 가득 채우는 방식을 즐겨 사용하는데, 화면을 보면 사실 동일해 보일 뿐 그 어느 것 하나 동일한 것은 없다. 유사성이 있을 뿐이다. 유사성은 같음과 다름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는 개념이다. 작가는 선과 색으로 같음의 반복과 다름의 차이를 곡예 하듯이 넘나들면서 흰 캔버스에 불과했던 화면을 변화무쌍한 이미지의 축제와 같은 세계로 변모시킨다.

끊임없이 시각을 자극시키는 패턴적 형태들, 같아 보이기도 하고 달라 보이기도 한 이미지들은 작품을 보는 이에게 생각할 여지마저 주지 않으려는 듯 쉼 없이 볼거리를 가득 채워낸다. 사실 작가는 자신을 노출시키지 않으려고 화면에서는 오히려 더 이미지를 뒤덮는 행위를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고 말한바 있다. 'A glorious day'라는 명제는 그래서 자신을 은폐하기 위한 화려한 장식이거나 혹은 희망사항을 불과할 수 있는 표지에 불과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작가는 관객과 현실과 이상 사이의 미로에서 숨바꼭질(hide-and-seek) 놀이를 하듯 보여주기와 숨기를 반복하며 시각적 유희의 상황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그의 작업에서 차이와 반복은 그러한 작가적 태도를 보여주는 가장 잘 보여주는 방식이 된다. 반복되는 이미지는 시간이 지날 수록 감각을 마비시킨다. 그러나 차이가 발견될 때마다 각성하게 되며 새로운 자극을 향하게 된다. 작가는 이러한 차이와 반복의 구조에 사이에서 숨어버리고자 하며 또 그곳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

작가는 아마도 자신의 작업처럼 일상의 반복적인 삶이 권태롭거나 무의미해 보일 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전시주제에서 드러내 보여주듯이 오히려 매일 반복되는 것 같은 그 일상적인 삶에서 적극적으로 차이와 새로움을 찾아내고자 하는 쪽을 향해 의도적으로 그리고 의지를 가지고 방향전환 하고자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의미에서 더 현실과는 차이가 있는 이상을 그려내고자 하였을 것이며 현실로부터 시작한 이미지는 화려한 이미지의 잔치로 더 확대시키게 되었던 것 같다. 반복되는 것이 이처럼 다채롭고 화려할 수 있음을 실제 시각적으로 확인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작가 자신에게 있어서는 현실에서 이상의 꿈을 꿀 수 있게 만드는 힘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그것을 보는 이들에게도 눈 앞에 익숙한 형상들을 달리 보게 하고 새로운 시각에서 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주는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유사해 보이고 똑같아 보이는 것들에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는 시각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인데 최유희 작가는 유사해 보이는 것들 사이의 아주 미세한 차이들을 만들어내는 것으로부터 우리의 감각이 얼마나 즐거워질 수 있고 화려해질 수 있는가를 눈으로 확인해 볼 수 있도록 만든다. 우리의 매일의 삶 역시 너무나 틀에 박힌 것처럼 단조로울 수 있다. 그러나 작은 차이들을 발견하고 그것의 의미를 만들어가는 것은 삶을 만들어가는 자신들의 시각의 변화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서 작은 차이들을 반복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화려하고 눈부신 거대한 오케스트라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해내고 있다. 그러므로 작가의 작업에서 보여준 것처럼 이미지의 미로같은 그의 작업에서 반복 속의 차이의 소중함을 발견해내고 그것의 의미를 감상하는것은 오롯이 이제 작업을 보는 관객의 몫이된다. 작가는 그 이미지의 유희공간이자 놀이터를 관객에게 펼쳐 보이고 있는 것이다.